통풍 치유 방법, 요산과 과당 중독

안녕하세요 한의사 김형찬입니다. 오늘은 얼마 전 만난 환자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 환자는 크게 무리도 하지 않는데 발목이 자주 아팠다고 합니다.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요산 수치가 좀 높고 통풍기가 있다고 하면서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분은 이해가 안 되다고 하셨어요. 자기는 고기도 술도 안 좋아하는데 왜 요산 수치가 높고 통풍에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말이죠.  

통풍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뜻을 지닌 병입니다. 환자분들은 정말 아프다고 합니다. 통풍은 많은 분들이 아시는 대로 몸 속에 요산이 과도하게 쌓여서 생깁니다. 요산은 대부분 대소변을 통해서 배출되지만, 너무 많으면 통풍 뿐만 아니라 신장에 손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통풍은 대부분 발과 발목 주변에서 생기는데요. 그 이유는 그 주변에 체온이 낮기 때문입니다. 다들 과학실험을 한 기억이 나실텐데요. 온도가 낮아지면 요산이 결정을 쉽게 이루고, 이것이 마치 가시처럼 주변을 찔러서 염증을 만듭니다. 몸 속에 가시나 바늘 그리고 유리 조각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통증은 엄청나겠죠? 

과거에는 통풍을 귀족병 혹은 황제병이라고 불렀습니다. 술과 고기를 즐겨 먹을 수 있는 계층의 사람들이 잘 걸렸기 때문이죠. 역사적으로는 조선의 숙종과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통풍으로 고생했다고 합니다. 둘 다 절대권력자였으니, 아마도 내키는대로 먹거나 미식가 였지 싶습니다. 

잘 알고 계신대로 통풍은 술 그중에서도 맥주를 즐겨 마시고,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잘 생깁니다. 하루의 피로와 긴장을 날려주는 치맥이 통풍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요산은 퓨린이라는 핵산이 몸 속에서 대사되고 남는 최종산물인데요. 너무 많이 만들어지거나 배출이 잘 안되면 몸 안에 쌓이게 됩니다. 그래서 퓨린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적게 먹고, 물을 좀 더 마셔서 요산의 배출을 돕는 것이 통풍환자의 기본 관리법입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면, 퓨린은 물에 녹는 성질이 있으므로 혹시 퓨린이 많은 들어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국물을 먹지 않으면 도움이 됩니다. 퓨린이 많이 든 식재료는 육류와 어패류가 대표적입니다. 그 중에서도 내장기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산물 중에서는 조개류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술도 해로운데요 그 중에서도 맥주를 가장 주의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도대체 뭘 먹고 살냔 말이냐! 라고 항의하실 분이 계실겁니다. 저도 앞서 예로 든 음식들을 절대 먹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통풍 진단을 받았다면 좀 절제할 필요는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음식이 먹고 싶을 수 있죠. 그럴 땐 삶거나 끓여서 건더기만 먹는다던가, 신선한 채소를 더 많이 먹고, 물을 좀 더 자주 마시면 좋습니다.  

그런데 평소 술과 고기를 잘 먹지 않아도, 심지어 채식위주로 식사를 하는 사람 중에도 요산수치가 높고 통풍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과당’입니다. 과당은 말 그대로 과일에 들어 있는 당을 말합니다. 제가 공부한 바로는 비만, 당뇨, 비알콜성지방간, 신장질환, 만성염증과 암까지. 현대인의 많은 병이 과도한 과당의 섭취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과일은 먹으면 해로운 것인가요? 라고 묻는 분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과일에는 과당 말고도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 토마토 한 개에 들어있는 과당은 1그램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일로 끼니를 때운다던가 너무 자주 많이 먹는 것은 분명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과일은 식전에 입맛을 돋우는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일에서 제철도 사라지지만 무엇보다 당도만을 강조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브릭스가 높은 과일이 과연 좋은 과일일까요? 단맛 일색의 과일은 별 매력도 없을뿐더러, 서로 다른 과일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성분도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 옵니다. 달기만한 과일은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건강에 문제가 되는 과당은 주로 설탕과 옥수수 시럽과 같은 정제된 고농축 과당입니다. 현대인은 자신도 모르게 설탕을 너무 많이 먹습니다. 가공식품은 말할 것도 없고, 단맛 일색의 상업음식은 외식이 두려울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집밥을 자주 해 먹고 의식적으로 단맛을 줄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일 너무 많은 과당을 먹을 확률이 높습니다. 평소 단맛을 즐기는 사람은 더욱 그렇겠지요.  

과당은 대부분 간에서 대사됩니다. 이 과정에 우리 몸의 에너지가 소비되고, 요산이 만들어집니다. 또한 과당은 포도당보다 훨씬 더 쉽게 지방으로 저장됩니다. 간을 지치고 지방은 쌓이게 됩니다. 마른 비만과 비알콜성지방간의 대부분은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과당의 또 다른 문제는 질병의 원흉처럼 여겨지는 탄수화물과 달리 포만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른 줄을 모르니, 나도 모르게 계속 먹게 더 먹게 됩니다. 비만을 해결하고 싶다면 다이어트약을 먹을 것이 아니라 과당을 끊어야 합니다. 살 뺀다고 밥은 부실하게 먹고 케익이나 과자로 잠깐 허기를 채운다면, 다이어트도 물 건너가고 몸은 망가질 것입니다.      

최근에는 설탕이 좋지 않다고 생각에 올리고당을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음식을 할 때 올리고당을 쓴다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설탕에 비해 단맛이 적어서 많이 쓰는 경향이 있는데, 많이 먹어 좋을 리가 없습니다. 또한 시중의 올리고당 제품 대부분은 단맛 때문에 설탕이나 액상과당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을 위해 선택한 제품이 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우리가 건강을 위해 즐겨 먹는 채소인 시금치,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콩도 다른 식재료에 비해 퓨린의 함량이 높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것을 많이 먹어서 통풍에 걸린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퓨린이 많을지 몰라도 건강에 이로움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죠. 통풍이 발생한 상태에서 과하게 먹지 않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통풍환자가 증가하고, 혈중 요산수치가 높아지는 것은 우리가 이전의 왕이나 귀족들처럼 먹는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현대인의 질병 중에 통풍과 같은 레벨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당뇨병과 비만입니다. 옛날에는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맘껏 먹고, 음식을 만드는데 손이 많은 가는, 요즘으로 치면 가공식품을 즐겨 먹을 수 있었던 사람들은 상류층이었을 겁니다. 비만과 당뇨는 상류층에서 많이 발생했고, 통풍은 귀족병이란 별명을 얻게 된 것이죠.  

반면에 거친 음식과 자연의 상태에 가까운 음식을 먹고, 내일의 식사를 걱정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계층에서는 이런 질병은 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이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거칠고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고, 단식과 같은 방법을 통해 일부러 배를 비우고, 비싼 비용을 내면서까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하루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늦은 시간의 배달음식과 술로 풀고, 그것도 부족해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이 있죠. 운동은 시간이 없고 또 피곤해서 못한다고 합니다. 누가 통풍과 당뇨병 그리고 비만이란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을지는 너무도 분명해 보입니다.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은 그 자체로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입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요산이 필요이상으로 축적되는 것은, 몸 속에 산화적 스트레스가 넘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만성염증으로 대표되는 전쟁이 우리 몸 안에서 계속되고 벌어지는 것이죠. 현대인의 핏속에 녹아있는 요산은 매일 매일이 전쟁 같은 현대인의 삶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산수치를 떨어 뜨리는 약을 복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더 나은 것은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신선한 제철식재료들로 집밥을 자주 해 먹는 것이 가장 강력한 치료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 뇌와 혈액과 몸을 망가뜨리는 과당중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설탕과 액상과당은 술과 마약만큼이나 건강에 해롭습니다. 아니 어쩌면 나도 모르게 중독되고, 그 폐해를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더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달콤한 중독에서 벗어날 때 병의 치유와 건강의 회복은 시작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형찬 원장은 생각과 생활이 바뀌면 건강도 바뀐다는 신념을 가지고 서울 명륜동 다연한의원에서 환자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참장> <맛있는 음식보감> 등의 책을 썼습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유튜브 채널인 <암환자생활교실>에서 시청이 가능합니다. https://youtube.com/@ohkinam